토는 우주의 섭리를 집행하는 두 에너지인 수와 화의 에너지를 조절하고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토의 작용이 없으면 화는 끝없이 퍼져나가려고 하고, 수는 끝없이 응축되려고 하기 때문에 상호작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천체에서는 지구, 자연에서는 땅이 대표적으로 토의 역할을 수행한다.
(3) 戊己 - 土
토는 양기를 음기로 전환시키기 위해 조절기능을 담당하는 기운이다. 화와 금은 서로 상극에 해당하는 기운이기 때문에 화의 단계에서 금의 단계로 곧장 넘어갈 수 없다. 화의 강렬한 빛과 뜨거운 열기는 금을 태워버리고도 남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자연의 섭리는 화의 단계에서 금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장치를 만들어냈고, 한동석의 ‘우주변화의 원리’ 속에서는 이 과정을 ‘금화교역(金火交易)’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화에서 금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화와 금의 동시적인 작용이 필요하다. 목화금수 사행이 한 몸에서 생겨난 기운이 체용작용을 하는 것에 비해, 토의 경우는 교역의 당사자인 화와 금이라는 각기 다른 몸에서 체와 용의 기운을 발생시킨다. 즉, 화에서 토의 체를 발생시키고 금에서 토의 용을 발생시켜 두 기운이 하나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선 화의 기운이 극에 달하면 스스로 토의 기운을 발생시키는데 이때 드러나는 토가 양토인 무토에 해당한다. 정화의 뜨거운 열기가 식고난 후의 매마른 재와 같은 것이 바로 무토에 해당하고, 무토는 토의 체로서 실질적으로 양기를 잠재우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편 양기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는 경금 속에서는 축축한 음토인 기토가 발생한다. 기토는 토의 용으로서 형체적인 측면은 약하지만 강한 음기의 속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무토와 기토의 합동작용을 통해 부드럽게 화의 단계에서 금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물상으로 본다면 무토는 먼지가 풀풀 날리는 황량한 바위산과 같고, 기토는 물기가 촉촉한 전답과 같다. 큼직한 바위산이 바람과 폭풍을 막아주면 바위산 너머의 옥토에서는 수목과 곡물이 잘 자랄 수 있게 될 것이다.
무토 - 태산, 운동장, 광장, 제방, 성곽
기토 - 평야, 전답, 전원, 화원, 옥토
갑목의 성장단계로 본다면 가지가 휘도록 피어있는 꽃들이 벌이나 바람 등에 의해 수정이 되는 과정이다. 동체수정이 가능한 나무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다른 나무의 꽃가루와 섞여야 수정이 되어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인생의 단계로 본다면 무기토의 시기는 개인적인 삶을 끝내고(무토) 짝을 만나 가정을 꾸려나가는(기토) 결혼의 시기에 해당한다.
오행의 용도에서 토는 매우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토는 목에 작용하여 오행의 순환과정을 밟아가는 생명의 근원(순수한 양기)을 땅밖으로 밀어냈다가 다시 땅속으로 끌어당기는, 일종의 버튼역할을 한다. 인월부터 미월까지 진기의 시기에는 땅거죽을 얇게 해서 만물이 생장할 수 있게 해주고, 신월부터 축월까지 퇴기의 시기에는 땅거죽을 두껍게 만들어 만물이 생명력을 뿌리로 수렴시킬 수 있게 해준다.
마찬가지로 금에 작용하여 금을 땅속에 묻고 꺼내는 과정을 통해서 금으로 하여금 과도한 목의 생장을 제어하고, 다자란 목을 쳐내서 뿌리만 남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토는 화와 수에 작용하여 난동하는 화를 잡아가두는 용광로의 역할, 범람하는 수를 막아주는 방파제의 역할을 한다. 대표적으로 무토는 화를 가두는 용광로의 역할, 기토는 수를 막아주는 방파제의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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